일본에서 열리는데 왜 조용할까: 나고야 아시안게임과 ‘아시아를 가볍게 본다’는 해석
현지 열기가 낮다는 관찰은 맞지만, 자료를 따라가면 ‘아시아를 무시해서’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종목별 대표팀 구성, 올림픽 중심의 서사, 홍보와 비용 논란이 함께 보입니다.
현지 관심이 낮다는 말, 어디까지 사실일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9월 19일 개막했습니다. 일본에서 여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것은 1994년 히로시마 이후 32년 만입니다.
그런데 개막 하루 전 로이터가 나고야와 도쿄에서 확인한 분위기는 의외로 조용했습니다. 현지 시민 인터뷰와 티켓 상황을 근거로 “아직 아시안게임 열기가 붙지 않았다”는 취지로 전했습니다. Reuters, 9월 18일
이 장면만 보면 “일본은 아시아 대회라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나고야시가 2025년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행한 시민 LINE 설문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인지도는 91.4%, 현장 관람에 긍정적인 답은 70.2%
응답자 2,419명 가운데 94.7%가 나고야 시민이었고, 91.4%는 2026년에 아이치·나고야에서 아시안·아시안패라경기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 현장 관람 의향 | 비율 |
|---|---|
| 꼭 가보고 싶다 | 27.0% |
| 기회가 있으면 가보고 싶다 | 43.2% |
| TV·온라인으로 보면 충분하다 | 14.3% |
| 관심 없다 | 15.4% |
앞의 두 응답을 합치면 70.2%입니다. 적어도 이 조사만 놓고 보면 개최 사실도 잘 모르고 대회 자체를 외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나고야시 시민 설문
다만 이 조사는 무작위 전국 표본이 아니라 나고야시 LINE 설문입니다. 일본 전체 여론으로 확대해서 읽을 수는 없습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자유응답이었습니다. “개최는 알지만 원래 관심 있던 사람 외에는 종목과 선수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어 보인다”, “너무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의견이 실제로 포함됐습니다.
티켓도 ‘전부 안 팔린 대회’는 아니었다
조직위원회가 9월 7일 기준으로 공개한 판매 상황을 보면 개·폐회식과 41개 판매 종목 가운데 판매율 80% 이상이 개회식과 17개 종목, 60% 이상까지 넓히면 개회식과 31개 종목이었습니다.
탁구·배드민턴·배구·스포츠클라이밍은 많은 세션에서 잔여석이 적었습니다. 반면 큰 경기장을 사용하는 축구와 야구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조직위 티켓 판매 자료
즉 “아시안게임이라서 일본인이 전부 무관심하다”보다는 보고 싶은 종목과 선수가 있을 때 관심이 붙고, 그렇지 않은 종목은 체감 열기가 크게 떨어지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축구와 야구를 보면 왜 체감 위상이 달라지는지 보인다
남자축구 일본 대표는 A대표팀이 아니라 U-21 대표입니다. 일본축구협회는 이번 대회를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노리는 팀의 강화 무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JFA 프리뷰
야구는 더 분명합니다. JOC는 아시안게임 일본 야구대표의 특징을 “프로 선수가 아니라 국내 사회인 야구 선수가 중심”이라고 설명합니다. 소개 문구부터 로스앤젤레스 2028 올림픽을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JOC 야구 소개
한국 시청자가 월드컵 대표팀이나 WBC 일본대표와 비슷한 무게의 국가대항전을 기대한다면 온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팬 입장에서도 모든 종목이 ‘국가 최정예가 붙는 최종 무대’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대회를 대충 치르는 것도 아니다
반대 근거도 분명합니다. JOC가 9월 17일 기준으로 밝힌 TEAM JAPAN 선수는 932명입니다. 남자 490명, 여자 442명으로 대규모 선수단입니다. JOC 선수단 자료
스쿼시처럼 2028 LA 올림픽을 앞두고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이 더 커진 종목도 있습니다. JOC 역시 아시안게임을 올림픽 이전의 중요한 경쟁 무대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JOC 스쿼시 소개
아시아가 세계 최고 수준인 탁구·배드민턴처럼 아시안게임 자체가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가진 종목도 있습니다. 따라서 종목을 지우고 “일본에게 아시안게임은 중요하다/중요하지 않다” 둘 중 하나로 고르면 실제 모습을 놓치게 됩니다.
그래도 ‘아시아 다음 세계’라는 말투는 실제로 보인다
처음 가졌던 의문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공식 대회 소개를 읽으면 아시안게임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LA 2028 올림픽이나 그 이후의 세계 무대를 반복해서 기준점으로 삼는 경우가 눈에 띕니다.
축구는 올림픽 세대 강화, 야구는 LA 2028로 이어지는 사회인 대표의 무대, 스쿼시는 첫 올림픽을 앞둔 경쟁 무대로 소개됩니다. 여기에서는 분명 ‘아시아에서 경쟁한 뒤 세계·올림픽으로 간다’는 서사가 보입니다.
다만 이것은 스포츠 경쟁의 단계를 말하는 것과 아시아 사람이나 아시아 자체를 낮게 보는 태도를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인 일반이 자신을 서양인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아시아를 깔본다”고 뒷받침할 대표성 있는 최근 자료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낮은 열기에는 홍보와 비용 논란도 겹쳤다
나고야시 설문의 자유응답에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의견과 함께 예산 증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어 있습니다. 개최지는 알고 있어도 선수와 종목까지 관심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비용 역시 단순하지 않습니다. 아이치현은 2025년 말 아시안·아시안패라 양 대회의 직접 대회 경비를 약 2,980억 엔 규모로 설명했고, 관련 경비까지 포함하면 지사 회견에서 약 3,700억 엔 규모가 거론됐습니다. 두 숫자는 범위가 다르므로 같은 항목으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아이치현 경비 자료 · 지사 회견
선수촌을 별도로 짓지 않고 호텔·크루즈선·임시 숙박시설을 활용하면서 운영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이런 뉴스가 대회 흥행 기사보다 먼저 소비된 것도 현지 분위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비용 논란이 낮은 관심의 몇 퍼센트를 설명하는지는 공개 자료로 계산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보면 더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오랫동안 지상파 편성, 메달 순위, 한일전, 일부 종목의 병역특례까지 겹치며 큰 국가 스포츠 이벤트로 소비돼 왔습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같은 종목이라도 월드컵, 올림픽, 세계선수권, WBC, 프로리그 등 다른 최고 수준 이벤트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이 중요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종목마다 최종 목표가 서로 다른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아시아 대회를 깔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 확인되는 자료만으로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확인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개막 직전 현지 체감 열기가 낮았다는 보도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둘째, 일본 스포츠의 공식 서사에서 아시안게임이 올림픽과 세계 무대로 가는 과정으로 자주 설명됩니다. 셋째, 동시에 나고야 시민 설문과 인기 종목 티켓 판매, 932명 규모의 일본 선수단은 “아시아 대회라서 관심이 없다”는 단순한 설명과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나고야 대회가 보여주는 차이는 ‘아시아를 깔본다’기보다 일본에서 아시안게임이 모든 종목을 한꺼번에 묶는 최상위 국민 이벤트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 더 가깝습니다.
일본에서 ‘아시아 정상’이 끝이 아니라 그다음 ‘세계에서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로 이어지는 시선은 실제 자료에서 보입니다. 다만 그 시선을 민족적 우열감이나 서양 동일시로 바꾸는 순간, 확인된 사실보다 해석이 앞서게 됩니다.